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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相談’ = ‘相’ + ‘談’

김창대 박사(한국상담학회 8대 회장)
2017-08-13

 

김창대 박사
한국상담학회 제8대 회장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지난 8월 8일 국회에서는 한국의 상담인들 500여명이 모여 첫 번째 ‘상담의 날’을 기념하였습니다. 8월 8일을 ‘상담의 날’로 정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두 사람이 서로 눈을 맞추면서 마주보고 이야기(相談)하는 모습을 ‘88’로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압니다. 이밖에도 그날 국회의원, 진행자, 발표자 등은 ‘(상담으로) 이 팔자를 저 팔자로 바꾸자’, ‘(상담으로 온 국민을) 88살까지 팔팔하게 살게끔 하자’는 새로운 의미도 붙여주었습니다. 이날은 의미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재미도 있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공식적으로는) 이 날이 국민의 행복과 정신건강에 전문상담사들이 제대로 기여할 수 있게끔 실질적인 대국민 상담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상담사들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전문상담사들의 뜻을 모아 대책을 마련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저는 또한 이 날이 전문상담사 뿐 아니라 국민 각자가 자신과 이웃의 행복을 촉진하는데 도움 되는 어떤 원리와 ‘상담정신’(이 말의 첫 사용자는 현 김인규 부회장님입니다.)을 기념하고 실천하는 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相’과 ‘談’이라는 한자어에서 전문상담사 뿐 아니라 온 국민도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찾아보았는데, 그것을 소개할까 합니다. 그리고 상담의 날 만큼은 ‘상담정신’을 실천하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학술논문이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相談’ = ‘相’+‘談’

相談은 ‘相’+‘談’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相’은 ‘서로’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입니다. 하지만, ‘서로’라는 의미는 나중에 붙여진 것이고 처음에는 ‘서로’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어린 나무(목)가 잘 자라는지 눈(목)으로 살펴보다’, ‘초목이 자라도록 도와주기 위해 관찰하고 돕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있는 ‘相’의 갑골문자를 보아도 ‘상’에는 위와 같은 의미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談’은 ‘말씀’,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입니다.



하지만 ‘말씀 언’ 옆에 ‘불꽃 염’이 있는 것을 보니 ‘이야기’라는 의미에 더하여 ‘활활 타는 모닥불 옆에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를 주고받다’, ‘아름다운 말을 나누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두 글자를 합친 ‘相談’의 의미는 ‘① 크게 성장할 나무를 잘 자라게끔 ② 눈으로 살펴보면서, ③ 따뜻하고 정겨우며 ④ 아름다운 말을 주고받다’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상담은 ‘잘 자라게끔’ 합니다. 상담의 목적은 ‘잘 자라게끔’ 하는 것입니다. 병든 나무는 병을 고치고, 잘 성장하고 있는 나무는 병에 걸리지 않게끔 예방하며, 웬만큼 잘 자라는 나무는 더 굵고 무성하게 자라게끔 도와주고, 무질서하게 자라는 나무는 가지를 잘라줍니다.

삶의 중요한 도전에 맞선 내담자를 돕는 전문상담사도 같은 일을 합니다. 질병을 앓는 내담자는 질병을 극복하게끔 돕고,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게끔 예방하며, 웬만큼 잘 기능하는 내담자는 탁월하게끔 촉진하고, 일상생활이나 직업선택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선택의 과정이 무질서한 내담자는 올바른 선택을 하게끔 돕습니다.

‘상담정신’은 내 앞에 있는 대상이 가족, 친구, 동료, 내담자 중 그 누구이든 그들의 ‘성장’을 지향합니다. 내담자 성장의 촉진은 전문상담사에게 맡겨지겠지만, 가족, 친구, 동료, 부하 성장의 촉진, 즉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가진 성장의 가능성을 보아주고 기대를 가져주는 일은 온 국민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상담은 ‘살펴봅니다’.

‘잘 자라게끔’하는 첫 번째 방법은 살펴보는 것입니다. 나무를 키우는 사람은 나무가 싱싱하고 힘차게 자라는 모습, 휘거나 말라가는 부위, 환경적 조건을 살핍니다. 가지가 싱싱하게 뻗어가거나 휘어있는 모습, 잎이 무성하거나 말라가는 모습을 살펴봅니다. 살펴보는 사람은, 나무가 내는 소리는 없지만 자라는 모습을 ‘잘 살펴봄’으로써 나무의 목마름, 배고픔, 아픔 뿐 아니라 ‘잘 자라서 무성하게 자라고 싶다’는 메시지를 듣고 나무의 세포들이 잘 자라기 위해 바삐 일하는 숨겨진 움직임을 봅니다.

전문상담사도 같은 일을 합니다. ① 살펴봅니다. 내담자의 필요, 물리적·사회적 조건, 강점과 취약점, 삶을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만들었던 선택과 꼬이게 만든 선택을 살펴봅니다. ② 경청합니다. 내담자의 우울, 분노, 적개심 같은 감정반응이나 회피, 잘못된 의사결정, 충동성 같은 겉보기에 문제로 보이는 행동 code에 숨겨진 속뜻을 경청합니다. ③ 이해합니다. 경청으로 겨우 알아듣게 된 code에 숨겨진 의미를 살피고 알아줍니다.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면 내담자는 ‘이제 내 속뜻을 화와 공격이 담긴 큰 소리로 전달하지 않아도, 좌충우돌하거나 흥분된 행동으로 전달하지 않아도 상대편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해를 통해 내담자는 안심하게 되고, 듣는 이를 신뢰하며 합리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상담정신’은 내 앞에 있는 그 누구를 살피고 경청하며 이해할 것을 촉구합니다.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내담자를 살피는 일, 경청과 이해는 전문상담사의 몫이겠지만, 가족, 친구, 동료, 부하에 대한 경청과 이해는 온 국민이 함께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상담의 날’ 만큼은 온 국민이 ‘상담정신’을 살려 내 앞의 귀중한 그 누구를 살피고 경청하며 내 앞에 있는 중요한 사람의 ‘속뜻’을 이해하는 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상담은 ‘따뜻함’을 전달합니다

‘잘 자라게끔’하는 두 번째 방법은 따뜻함을 전하는 것입니다. 사실 사람사이의 진정한 따뜻함을 위해서는 모닥불이나 부드러운 말, 온정적 태도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진정한 따뜻함은 ‘취약한 자리에 함께하기’에서 체험됩니다. 내담자가 가장 ‘드러내기 어려운 취약함’을 드러냈음에도 상담자가 거절하거나 떠나지 않고 버티고 받아줄 때 체험됩니다. 한 사람의 ‘취약함’ 이 드러났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공유되고 받아들여질 때,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속함(belongingness)’을 체험하며, 그러한 ‘서로에게 속함’은 ‘따뜻함’으로 체험됩니다. 내담자가 이러한 ‘서로에게 속함’과 ‘따뜻함’을 체험할 때 그는 자신의 ‘취약함’을 숨기거나 도망가지 않으며 ‘취약함’도 자신의 중요한 일부임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그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 유대감(connectedness), 그리고 연민(compassion)의 마음을 키웁니다.

‘상담정신’은 내 옆의 귀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관계를 제공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주 오랫동안 ‘취약함’과 ‘수치스러움’이 깊어져 고통을 겪는 내담자들을 이해하고 버티는 것은 상담자의 몫이겠지만, 저는 ‘상담의 날’ 하루만큼은 우리 각자가 ‘상담정신’을 살려 한번이라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의 ‘취약함’을 버티고 받아주어서 가족과 친구에게 ‘너의 마지막 보루는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체험시키는 날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상담은 ‘아름다운’ 말로 이루어집니다

‘잘 자라게끔’하는 세 번째 방법은 ‘아름다운’ 말을 전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아름다운’ 말이란 예쁜 말, 현학적인 말, 멋있는 말이 아니라 ‘진실한 말’을 의미합니다. 한 사람을 ‘잘 자라게끔’하기 위해서는 ‘취약함’을 버텨줌, 수용, 공감의 말도 필요하지만 그가 하고 있는 행동과 선택의 결과를 거울처럼 되비추어 자신의 행동과 선택 결과를 깨닫게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것을 상담에서는 직면(confrontation), 도전(challenge), 또는 거울 되기(mirroring)라고 합니다. 이들이 제대로 구현될 때 이것들은 큰 깨달음과 성장의 발판이 됩니다.

내담자들은 부모나 사회의 비난이나 판단처럼 ‘진실’의 가면을 썼지만 실제로는 ‘침해’와 ‘공격’에 불과한 반응에 너무 오래 노출되다보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진실’을 상처를 주는 ‘공격’과 혼동합니다. 그만큼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게끔 전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실’은 전달되어야 하며, ‘진실’없이는 성장도 없습니다. ‘진실’을 자주 외면하는 내담자에게 ‘쓰라리지만 견딜만하게’ 지혜로운 방법으로 진실을 전달하여 변화와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게 하는 것은 전문상담사의 몫입니다. 하지만, 옆에 있는 누구에게 ‘너와 함께 있어서 좋다’, ‘감사하다’, ‘기쁘다’, ‘자랑스럽다’ 또는 ‘너의 그런 말이 아프다’, ‘서운하다’, ‘안타깝다’, ‘미안하다’의 진실한 마음을 거울처럼 지혜롭게 전하는 것은 온 국민의 몫이 될 수 있습니다.


‘相談’, 이 말의 의미는 그냥 ‘서로 이야기하기’ 정도가 아닙니다.

‘相談’은 
(내 앞에 있는 귀한 사람의) 성장을 목적으로
(문제와 약점 뿐 아니라 성장을 지향하는 힘을) 잘 살피고
(취약함에 함께하는) 따뜻함과
(때로는 아플 수 있는) 진실한 말을 지혜롭게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전문상담사뿐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가 실천할 수 있는 ‘상담정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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