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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담의 순간에, 나는 상담자라서 참 좋다

이윤주 교수(영남대학교/기업상담학회장
2017-06-23

 

나는 상담자다. 내 기억으로,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한 순간도 이런 나의 정체성을 마음에서 놓아버린 적이 없다. 상담자를 교육하는 교수직으로 일하면서 또 수퍼바이저로 일하면서, 상담에서 어려운 순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다양한 질문들을 접했다. 상담자로서 살아오면서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다. 25년째 상담을 해 오면서 이러한 순간들을 넘어왔고 지금도 그러한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상담을 하면서 처음으로 경험한 어려운 순간은 석사과정 중 만난 나의 첫 내담자가 상담 중에 화가 치밀어 책상을 치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주먹을 쥐던 순간이었다. 당황스럽고 무서웠던 마음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상담에서 어려운 순간은 다양하게 있었다. 많은 상담자들이 어려운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상황들이기도 하다. 내담자가 길게 침묵을 하는 순간, 내담자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는 등 역전이의 감정들에 사로잡힐 때, 내담자가 분노가 격앙되는 장면들, 부부를 함께 상담하면서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순간, 내 앞에서 부모와 아이가 심하게 다투는 일, 한밤중에도 이른 아침에도 가리지 않고 전화를 해서 내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 같은 부담감이 들 때......

안타깝게도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나로서는 내가 예전에 이런 어려운 상황들을 어떻게 이겨왔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내가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겪어내고 있는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내담자를 기다리면서 나는 소망한다. 내담자와 있는 순간에 내가 내 온 존재로서 충분히 함께 머무르고 그러면서 알아차려지는 것에 민감할 수 있기를, 내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내담자와 나에게 윈윈이 되는 상생의 것이 되기를, 내가 내담자의 삶을 존중과 경외의 마음으로 만날 수 있기를. 상담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이 올 때 나는 그 순간의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잘 들여다본다. 그렇게 내 감정을 알아주면 나는 안정되고 여유를 찾아서 그 여유로 내담자의 감정을 편안하게 알아차리고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내담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내가 느낀 감정이 내담자가 자신의 삶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일으킬 그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거기까지 이르면 나는 잘 안 전달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나 내담자가 불쾌해지거나 해서 라포를 손상시키면 어떻게 하나하는 두려움을 넘어서, 온 우주에 나와 내담자만이 존재하듯이, 내 온 몸과 마음을 내담자에게 던지는 심정으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된다. 나는 내담자의 눈을 통해 내담자 속으로 들어가 내담자 마음 깊숙한 곳에 내 마음의 메시지를 넣어두고 돌아오는 심정으로 피드백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피드백을 온마음, 온몸, 온존재로서 건넬 때 내담자 역시 그런 존재 차원에서 잘 받는 것 같다. 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오지 않는 것이기에 더더욱 이것이 되는 그 순간이 몹시 귀하다. 내가 상담자로 살아가는 삶을 가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다. 내담자와 헤어지고 나면 나는 또 소망한다. 내담자의 삶에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이 잘 장착되고 작동하기를, 상담하는 동안 내가 그것을 목격하지는 못 하더라도, 한참 후가 되더라도 언젠가는 그것이 작동하기를, 그래서 내담자의 마음에 더 활짝 봄이 오기를.

상담자로서의 삶은 축복이다. 내담자의 마음에 봄이 오는 여정을 함께 하고 내담자의 삶이라는 놀라운 소우주와 만나는 일, 그 가운데에 내 자신의 삶에도 자꾸만 봄이 오는 일. 모두 다 놓아두고 소망만 품고 용기있게 내 전체를 던질 때 일어나는 일. 상담자라서 참 좋다.

이윤주 교수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상담학회 기업상담학회장

한국상담학회 학회지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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