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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진짜 자기를 만날 바로 그 사람

정여주 박사(본 학회 자격검정위원장)
2018-06-15

    

 

정여주 박사

()한국상담학회 자격검정위원장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심리전공 교수

 

              

       

혼자 자주 울어 팔을 그어가며 분노를 삭이는 것도 말이야,

이제 더 이상 내 팔을 보고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너무도 고마워,

내가 내 감정에만 충실했다가는 모두가 떠날 거 알아서 숨기려 하는데

잘 안 숨겨지는 내가 어떤 기분인 걸까요.

그래서 그댄 어떤 기분이셨나요.

-빈첸(VINXEN)그대들은 어떤 기분이신가요중에서-

 

이 가사는 고등래퍼2라는 프로그램에서 유명해져 데뷔를 하게 된 한 래퍼가 쓴 것이다. 이 친구를 상담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랩을 들으면 그의 마음이 너무 잘 전달되어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진다.

작년부터 만나온 내담자들 중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친구들이 있다. 항상 밝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 당차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 뒤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한 나약하고 불안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이 쭈그리고 있다. 수년 동안 공황장애, 우울장애, 섭식장애 약을 복용했지만, 점점 약에만 의존하게 될 뿐 마음은 더 황폐해졌다.

상담을 10회기 정도 진행하면서 회복되며 건강해진 내담자가 있어서 종결을 얘기하니, “그럼, 전 이제부터 이런 얘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나요. 진짜 저를 누구와 소통할 수 있나요.”라고 한다. 진짜 자기의 모습이 아닌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에 광분하는 사람들, 인격 모독 악플을 다는 사람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자신을 키워주지만 인기가 떨어지면 바로 떠나갈 사람들... 그 속에서 그나마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공간은 술과 도박, 그리고 성관계 뿐이다...

 

상담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늘 너무 스산한 그들의 마음 속 구멍이, 처절한 불안이, 그리고 절실한 외침이 가슴에 남아서 한동안 마음이 흔들리고 눈물이 머문다. 미약한 내가 그들의 마음에 함께 머무르며 공명하려 노력하는 것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랄 뿐이다.

 

요즘, 자격증 시험과 수련수첩 제출 시즌이 되고 있다. 내 제자들을 비롯하여 천명 넘는 사람들이 이번에도 자격증 준비를 위해 수퍼비전 싸인을 받고, 기관 도장을 받으러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 자격증이 필요하다보니, 도장 하나 하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 모습이 지극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꼭 잘 준비해서 많은 분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상담자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그런데... 아무리 내 취업이 급하고, 승진이 급하고, 자격증이 중요하더라도... 내가 만날 내담자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것 그것만은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격증 종이 한 장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손길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에는 아직도 자신의 진심을 깊이 소통하고 싶지만 누구도 만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는 것 같다. 자격증을 따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갔으니 이제 안심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짜 자기를 만날 바로 그 사람이 우리 상담자들 한 명 한 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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