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존재로서의 나’를 알아가는 여정, 마음챙김 명상

최윤정 (법인 감사  & 강원대학교 교육학과)

우리는 12년 동안의 공교육을 통해 인류세(人類世) 중심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이라는 것이 마치 정해진 진실인 것처럼 교육받아 왔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눈앞에 ‘벌레’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인류세적 관점에서 벌레를 해충과 이로운 곤충으로 구분한다고 배웠고, 실제로 그런 구분이 존재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래서 눈앞에 나타난 벌레를 보며 ‘이것은 해충이다’라고 단정하고 없애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벌레’라고 이름 붙인 그 생명체 입장에서 본다면, 그것은 해충도 아니고 선충도 아니며, 그저 또 다른 생명체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인간은 인류 중심에서 알아낸 것을 바탕으로 이건 알아야 하고, 이것은 지켜야 하고 이것은 해서는 안 되고 등등 모든 것을 정해놓고 심지어 그러한 것들이 진짜인지 정말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시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을 놓고 실력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구분해 왔습니다. 실력의 기준도 너무나 다양함에도 우리 인간들은 특정한 시기에 특정한 문화적 맥락에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여 이것은 지향해야 하고 이것은 지향하면 안 된다고 정해놓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부여한 특정 대상(예: SKY 대학, 서울 아파트, 명품 브랜드 등)에 사로잡혀 그것을 가지면 성공한 것이고 가지지 못하면 가진 자와 비교하여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남들이 의미 부여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성공하는 인생인 줄 착각하며 살아가게 한 것이 현재까지의 교육이었습니다. 저는 이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이 이러한 인류세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함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미국과 영국이 이미 공교육 커리큘럼 속에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의 원리와 실천 방안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 선조들이 유·불교 사상에 기초해 실천했던 마음교육의 전통을 계승하는 현대적 형태의 마음교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담 및 심리치료의 발전이 시작된 유럽과 미국에서는 오늘날 상담자의 개입이 증거에 기반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심리적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상담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개입과 처치를 활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 되었습니다. 특히 마음챙김 명상은 뇌과학적 효과 연구와 함께 생리적·심리적 변화에서부터 조직 차원의 긍정적 영향에 이르기까지 그 효능이 폭넓게 입증되었습니다. 이제 마음챙김의 효과는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상담 장면에서도 내담자의 심리적 유연성과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상담자와 함께 명상을 수련하는 ‘마음챙김 기반 상담 이론’이 증거 기반 실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예: Calm Classroom)과 영국(예: Mindfulness in Schools Project; MiSP)에서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공교육 현장에 마음챙김 명상 교육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인간 존재로서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고,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타인을 이해하며, 공감과 연민을 기르는 사회·정서적 역량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현재 마음챙김 명상은 교육 현장에서도 증거 기반 개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는 의식의 상태인 ‘마음챙김’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이미 인간으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의식에 물을 대는 ‘주의(注意)를 통한 앎’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소리가 들리면 무엇인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갓난아기를 떠올려 본다면, 마음챙김의 정의로 말하는 ‘순수한 앎의 상태’가 무엇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현대인들은 알아차리는 의식의 상태인 마음챙김에 대해 생소하게 여길까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하면서 마음은 이미 회사에 가 있거나, 어젯밤 부부 싸움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했던 말에 사로잡혀 있거나, 혹은 바깥세상에서 벌어지는 정치·경제 이야기들에 주의를 빼앗긴 채, 우리는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저 아는 본래의 마음 상태’를 오랫동안 잊어버려 왔습니다. 아마도 이는 그 누구도 ‘인간 존재로서의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이란 매 순간 판단하지 않은 채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마치 갓난아기가 순수하게 아는 그 마음의 상태처럼, 있는 그대로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감각, 느낌, 생각, 기억 등과 같은 내적 현상과 외부 자극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한다면, 의도적으로 앉아서만 하는 명상만이 명상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챙김의 상태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다시금 깨어 있는 마음의 상태를 되찾을 수 있고, 그것이 바로 명상의 방법입니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우리는 평정, 관찰, 인지적 재평가(관점의 전환), 깨어 있음(마음챙김 상태 지속)의 네 단계를 거쳐 ‘존재로서의 나’를 찾아갈 수 있습니다. 첫째, 평정의 단계에서는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숨이 가빠지는 순간, 잠시 멈추어 자신의 호흡을 알아차리고 호흡에 집중합니다. 그러다 보면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이 순간 인간 존재로서 ‘그저 있어 보는 현존’을 경험하게 됩니다. 나만의 조용한 공간, 곧 현존의 상태를 체험하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연결감과 더불어 우주 속에 존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둘째, 관찰의 단계로 진전되면 내외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힘이 강화됩니다. 예를 들어 통증을 느낄 때, 우리는 흔히 ‘왜 나만 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 왜 낫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반복하며 고통을 더 키우곤 합니다. 그러나 관찰의 힘이 생기면, 통증 그 자체와 통증을 확대시키는 자신의 마음을 함께 바라볼 수 있습니다. 또 인간관계에서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한 말이 왜 나를 힘들게 하는지,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볼비가 말한 내적 작동 모델)를 관찰하게 됩니다. 셋째, 관점의 전환 단계로 나아가면 새로운 인식이 생깁니다. ‘나는 아프면 싫고, 본래 아프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의 작동을 관찰하다 보면, 아프지 않은 상태만이 정상이라고 여겼던 생각이 사실은 하나의 관점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말해, 아프든 아프지 않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있는 그대로의 알아차림 속에서는 그것들이 둘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이는 곧 ‘중도(中道)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혜이며, 심리학적으로는 인지적 재평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깨어 있음의 단계에서는 알아차림의 힘이 더욱 강해져 일상의 삶 자체가 마음챙김 명상이 됩니다. 수용전념치료(ACT)를 창시한 스티븐 헤이즈의 표현을 빌리면, 심리적으로 경직된 상태에서 유연한 상태로 전환되는 ‘피봇(pivots)’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로써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새로운 습관이 형성됩니다.

교육과 상담 현장에서 마음챙김하는 교사와 상담자는 마음챙김을 통해서 자신에 대해 철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존재 자체가 타인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를 포함한 타인들(학생과 내담자)을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드러난 교사와 상담자는 학생과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그들로 하여금 존재로서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안전 기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마음챙김하는 학생과 내담자는 스스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깨닫는 주인공의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출처: 한국교육신문, 최윤정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 「[마음 건강 돌아보기①] ‘인간 존재로서의 나’ 마음 챙김 명상」, 2025년 9월 25일자.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105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