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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동적 사회와 상담자의 역할

신성만 중독상담학회장
2016-12-26

미국의 상당수의 주가 마리화나를 사용하는 것을 합법화하였다. 마리화나가 다른 마약들과 비교하여 중독성이나 약의 효과에 있어서 특별히 다른 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주에서 합법화가 된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약물을 쉽게 접하여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마약류 사용의 합법화가 시작되면서 중독 및 재활상담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법체계의 도움 없이 마약류 사용자의 문제행동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강제적이거나 직면적 방법이 아닌 재활적이고 맥락적인 방법을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독자로 하여금 의사결정을 더욱 현명하게 하도록 도움으로써 스스로 중독행동을 하지 않도록 선택하여 거부하도록 하며, 그러한 선택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가 되었다.

이러한 당면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보건 당국은 행동경제학에서의 의사결정 연구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최근 부상한 지연 할인(delay discounting)의 개념이다. 지연할인이란 미래에 주어지는 보상이 현재 시점에서 멀어질수록 개인이 해당보상의 가치를 주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는 누군가에게 반드시 약속한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면, 지금 바로 1만원을 받을 것인가 아니면 1달 후에 2만원을 받을 것인가 물어보면 지연할인을 많이 경험하는 사람(지연할인이 높은 경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치가 더 떨어졌다고 느끼고, 지금 바로 1만원을 받겠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대답은 한 달 후에 2만원을 받겠다고 하는 것일 수 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고이율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1만원을 받겠다고 한 사람도 한 달 후 10만원을 받겠는가 하고 물어보면 생각을 바꾸고 기다렸다가 10만원을 받겠다고 할 수도 있다. 아니면 기간을 한 달이 아닌 1주일이나 하루하루로 줄여줌으로서 2만원을 기다렸다가 받겠다고 맘을 바꿀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의사결정을 바꾸는 시점이 있는데, 이것에 따라 그 사람의 충동성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중독자일수록 또는 비행청소년들일수록 지연할인이 높게 일어나고, 이러한 지연할인이 낮아질수록 현명한 선택을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담의 다양한 접근들도 이런 지연할인 정도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도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을수록 충동성과 지연할인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의사결정에 있어서 충동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중독행동의 변화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큰 문제는 신뢰성에 있다. 중독자들이 충동성이 높아지고 지연할인이 높게 나타나는 데는 타인을 신뢰할 수 없음, 즉 그들에게 보상을 약속하였다 하더라도 한 달 후에 줄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므로 어떻게 믿고 기다리는가 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과 사회가 되어 갈수록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충동적이며 또한, 현명하지 않은 의사결정과 행동을 해 나가게 된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법, 정치와 문화 여러 분야에서 우리가 믿었던 것들로부터 ‘믿을 수 없다, 신뢰 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결론에 이르는 현실에 처해 있다. 믿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공식적 마약의 청정국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더불어 오히려 많은 중독자들이 생겨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이 전혀 이상할 것이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믿음과 신뢰가 상실된 사회, 그 안에서 더욱 충동적으로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향해 우리 상담자들은 누군가에게 약속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인가 스스로 반문하며, 진솔함과 신뢰를 바탕으로 다시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문가가 될 수 있는가 질문해 본다.

신성만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중독상담학회 회장

한동대학교 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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