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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위한 상담학

이정연 부부가족상담학회장
2016-11-14

주변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 데, 그들에게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힘든 과제는 얼마든지 해치우면서 정작 주변사람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 마음고생을 하거나,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가 알약 한 알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그러나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전개된다고 해도 인간이 스스로 해내야 하는 분야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것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다.

마음의 병이라고 하면 우리 학회에서 배출한 전문가가 여러 현장에서 자신의 월급 이상으로 열성적으로 헌신하고 있으니 일단 접어두고, 나는 이제 몸을 위한 상담학을 제안하고자 한다. 과거에 비해 잘 먹고 잘 사는 데도 체력은 더 약해졌다고 하는 보고도 있어, 수명100세 시대를 맞이해 걱정되는 것은 역시 건강이다.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을 바람직하게 볼 수는 없다. 의학적으로도 완치가 아니라 평생 관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세계는 지금 비만과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비만지도가 발표되어 다시 한 번 비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고 국가의 보건정책으로 비만관리가 성인병 예방을 위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만병의 근원인 비만은 단순히 식이요법과 운동등 생활습관을 교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괴물이 아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과식과 폭식 등 이른바 음식중독으로 가는 경로가 한 번 굳어지면 별별 방법을 써도 다이어트 가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나는 몇 년전부터 비만에 관심을 가지고, 저소득층 아동과 청소년, 대학생, 중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진행해왔는데, 성별이나 나이, 계층에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음식에 의존하는 행동의 기저에는 불안, 우울, 외로움, 낮은 자아존중감 등 심리적으로 취약한 면이 발견되었고, 의기소침, 의욕저하, 무기력감으로 스스로 체중조절을 포기하고 방치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는 연결의 욕구이며, 서로 지지하고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관계 속에서 아이도 어른도 성장해나간다는 인간발달의 기본 전제가 여전히 유효하다면, 몸을 위한 상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영양학, 의학, 스포츠학계에서 수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어도 비만율이 높아가는 이유는 비만관리의 주된 관점이 자기사랑과 자기이해를 지지하기보다는 부정적인 행동을 통제하고 조절하도록 하는 인지요법, 행동요법 등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정부산하 여러 기관에서 비만관리 업무를 중복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한국상담학회에서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비만상담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사회는 보여지는 것이 중요한 시대이며, 외모와 건강을 포함해 자기관리가 되지 않은 사람은 존경받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렇다고해서 성형수술이 유일한 답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그 역시 중독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몸의 문제 또한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며, 역으로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의 병도 완화되는 경우를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상담인들도 자기돌봄의 차원에서 건강관리를 실천하고,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임상적인 효과를 입증해야 하며,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찾아서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이정연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장

목포대학교 아동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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