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담학회

학회 공지/소식

About the Academy

상담전문가 칼럼

학회 공지/소식
상담전문가 칼럼


공유하기

인쇄하기	인쇄하기

수퍼비전, 이 방식으로는 안 된다!

서영석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
2016-10-17

김내담(가명)은 상담실을 나온 지 5분이 채 지나기 전에 핸드폰에 설치된 상담 설문 앱이 활성화되는 소리를 들었다. 5주 전 처음 대학상담센터에 방문했을 때, 상담사로부터 설문의 목적이 상담 효과를 확인하고 더 나은 상담을 위한 것임을 알고 흔쾌히 설문에 동의했다. 매번 상담이 끝나면 앱이 활성화되었고, 10개 정도의 질문에 동의하는 정도를 표시하고 상담 중 가장 좋았던 것과 아쉽거나 미흡한 부분을 간단히 적은 다음 전송버튼을 눌렀다. 상담 후 3일 동안은 응답 내용을 수정할 수도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후 2시간이 지나면 상담자가 작성한 당일 상담의 주요 목적과 내용이 담긴 이메일이 도착했다. 이메일을 열려면 비밀번호가 필요했고, 상담자가 작성한 내용 이외에 추가할 사항이 있으면 간단히 적은 다음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 다음 상담이 있는 전날에는 다시 한 번 앱이 활성화 되었다. 상담 약속 시간을 알려 주었고, 지난 1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기분은 어땠는지, 대인관계는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난 상담회기에 다뤘던 내용과 상담자의 접근이 자신의 일상과 호소문제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이상담(가명)은 김내담과의 상담이 끝난 후 2시간 이내에 상담설문 앱을 열고 당일 상담의 목적과 내용, 주요 접근 및 예상 성과를 기술했다. 배정되는 내담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설문 작성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상담회기를 정리하는 기회로 생각했다. 설문을 전송하면 내담자가 작성한 설문 응답내용이 전달되었다. 원한다면 김내담이 몇 번, 어떻게 설문 내용을 수정했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 상담회기 당일 8시에 김내담과의 상담약속이 잡혀 있다는 내용과 함께 김내담이 전날 작성한 상담 성과 설문이 이메일로 도착했다. 다른 내담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설문을 작성했고, 설문 내용이 전달되었다.

박감독(가명)은 이상담과의 수퍼비전이 있는 당일 오전 수퍼비전 약속 시간과 함께 이상담이 기록한 상담회기 기록지와 이상담의 내담자들이 작성한 설문 응답 내용을 이메일로 전달받았다. 물론 비밀번호가 필요했고, 이상담이 기록한 상담 내용 뿐 아니라 내담자들의 상담만족도, 내담자의 호소문제 진전에 영향을 미치는 상담자의 접근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메일 내용을 출력한 다음 이상담과의 수퍼비전을 기다렸다.

현재와 같은 수퍼비전 방식으로는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상담이 성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상담자에게 알려주지 못한다면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은 요원하다(Tracey, Wampold, Lichtenberg, & Goodyear, 2014). 전문성을 판단하는 궁극적 기준이 상담 성과, 즉 호소문제 해결과 내담자의 복지 향상이라면, 내담자에게 최선의 성과를 가져오는 상담자가 전문가임에 틀림없다(Wampold & Brown, 2005). 상담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효과적으로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며, 초보상담자가 전문자격증을 소지한 숙련상담자만큼 상담성과를 낸다는 연구결과가 한 두건이 아니라는 점은 당황스럽다(예, Laska et al., 2013). 외국에서 수행된 연구라서 안심할 일이 아니고, 그런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걱정스럽다.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을 위해서는 실무 경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신중하고 면밀한 실무경험이 필요하다(Tracey et al., 2014). 기본적인 상담기법이나 기술 적용, 사례개념화에만 초점을 두는 현재의 수퍼비전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의 성과를 가져오는 상담자의 접근 방식과 기법 및 상담내용을 파악하고 이를 수퍼비전의 주요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 비록 가상의 상황이긴 하지만, 위 사례가 한 가지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참고문헌

Laska, K. M., Smith, T. L., Wislocki, A. P., & Wampold, B. E. (2013). Uniformity of evidence-based treatments in practice? Therapist effects in the delivery of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for PTSD.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60, 31-41.

Tracey T. J. G., Wampold, B. E., Lichtenberg, J. W., & Goodyear, R. K. (2014). Expertise in psychotherapy. An elusive goal?, American Psychologist, 69(3), 218, 219.

Wampold, B. E., & Brown, G. S. (2005). Estimating therapist variability: A naturalistic study of outcomes in managed care.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73, 914-923.

서영석 교수

연세대학교 교육학부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


이전글	대학평가와 대학상담센터

다음글	상담자의 자기 돌아보기와 자기돌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