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담학회

학회 공지/소식

About the Academy

상담전문가 칼럼

학회 공지/소식
상담전문가 칼럼


공유하기

인쇄하기	인쇄하기

상담자의 열정과 겸허

권경인 기획위원장
2016-07-18

누군가 상담 대학원 학생선발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지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열정’이라고 대답했다. 열정페이라는 말이 등장하면서 이 말은 확실히 내가 생각하는 어감보다는 평가절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은 아직도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열정의 사전적 뜻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상담자가 되겠다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상담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그보다 훨씬 적다. 위니캇은 생전 6만 사례를 진행했다고 한다. 숫자로도 그가 얼마나 열정적인 치료자였는지를 알 수 있다. 소아정신과 의사로서 그가 내담자에게 보인 애정은 주목할만하다. 이상한 행동이라고 보여지기도 하지만 그는 때때로 어린 내담자들을 자신의 집에 데려다 키우기까지 했다. 이형득 선생님은 60이 넘어 진행하는 석사과정 집단상담 강의에서 코흘리개나 다름없는 우리들의 집단 경험보고서에 매주 밑줄을 긋고 무엇인가를 써서 피드백 주시는 일을 하셨다. 그 때는 그 일을 그냥 하시는 줄 알았다. 내가 선생이 되고 나서야 그 긴 세월동안 매주 학생들의 경험보고서에 일일이 피드백하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새삼 알아가게 된다.

상담자로서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열렬한 애정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론적 부분에서도 집중적인 학습과 심화된 이해를 토대로 누가 보아도 전문가일 수 있는 이론적 열정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 또한 상담실제 영역에서 내담자에 대한 애정이 특별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실제적 관계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안다. 진정어린 관여의 힘, 관계의 힘이 튼튼한 상담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쉬이 식지 않고 존재에 대한 굵직한 신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되는 상담자 리스트를 좀 더 갖고 싶다. 주변사람들을 맡길만한 충분한 역량과 애정을 갖춘 상담자들이 우리는 아직도 더 필요하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열정과 함께 겸허함을 가진 상담자가 많아지면 좋겠다. 겸허함이란 자신의 한계를 알고 자신을 비우는 태도이다. 열정과는 상반되는 부분이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제대로 아는 상담자의 태도도 열정만큼 중요한 것 같다. 동네 야구에서 타자는 아무 공이나 친다. 그러나 프로야구의 타자들은 자신이 쳐야할 공과 치지 말아야 할 공을 상당히 정확하게 구분한다. 신생학문으로서 상담학 초창기 전문가들은 어쩔 수 없이 이것 저것을 다해야 하거나 현장의 요구를 받아내야 했다면 현재의 상담전문가에 요구되는 자세는 두루 두루 할 수 있다는 입장이 아니다. 상담전문가들은 자신의 세분화된 전문성을 획득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어떤 의사가 모두 과를 다 다룰 수 있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그가 전문의가 아님을 눈치 챈다. 상담자도 마찬가지다. 이제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전문성이 우리에게 요구된다. 주제, 대상, 방법론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고 깊이 있는 전문성을 구축해 가야 할 것이다.

상담자 발달에 있어서 열정과 겸허의 통합은 지속적인 숙제일 수 있다. 버려지는 두려움과 삼켜지는 두려움이 우리의 관계 속에 뒤엉켜 있듯, 삶의 대부분의 중요한 주제들은 동시에 지니기 어려운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지니는가에 달려 있다. 뜨겁게 집중하고 덤벼들지만 덤비지 말아야 할 것을 알고 비워내는 힘을 동시에 지니는 이 복잡한 숙제를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전문성이 자라가기를 소망한다. 우리 모두에게...

권경인 광운대학교 교수

(사)한국상담학회 기획위원장


이전글	전문상담사와 NCS

다음글	사회정의를 생각하는 상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