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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서경현 박사(삼육대학교 교수)
2019-08-14

 

 

서경현 박사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한국상담학회 중독상담학회장

창동아이윌센터 운영위원장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마도 중독일 것이다. 중독은 개인의 삶을 아주 피폐하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한 가정을 붕괴시키고 사회까지 부패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무언가에 중독되면 다양한 문제들이 생긴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큰 사고와 강력범죄는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중독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노예가 되어 버린 중독자

원래 중독(addiction)이라는 용어의 어원은 라틴어 addicare이다. 이 라틴어 단어는 무언가에 사로잡히다혹은 노예가 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독되면 그 대상에 완전하게 사로잡혀 노예가 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어떤 것에 중독되면 자신의 행동의 주인이 자기가 아니고 중독된 대상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중독 관련하여 정신건강이나 웰빙(well-being)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인간의 심리 내적 요인을 자기주도성이라고 믿고 있다. 대체적으로 자기주도적인 사람이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십 수 년 전부터 매해 대학에 와서 첫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1학년 학생들에게 주도적으로 방학을 보내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공부만 하느라 힘들었던 고교 시절을 보내어 방학 중에 한 달 동안을 방바닥에 누워 드라마만 보겠다고 계획하고 그렇게 했다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산 것이지만, ‘그냥 잘 보내야지!’하고 있다가 방바닥만 끓으며 드라마만 보며 한 달을 보냈다면 인생을 낭비한 것이라고 예를 든다. 어쩌면 같은 한 달을 보낸 것처럼 보이는 두 경우가 개인의 인생에 완전히 다르게 작용하게 된다.

중독자는 절대로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없기에 무서운 것이고, 중독자의 회복을 위해서 상담자가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것이 중독 내담자로 하여금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갖도록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독에서 가장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잔인한 가정파괴범, 중독

지금까지 인간이 하는 행동 중에 중독행동만큼 여러 가정을 파괴해 온 것은 없다. 가정파괴범죄란 단순한 강도행각을 넘어 성폭행을 포함한 폭력을 가하여 가정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정을 피폐하게 만들고 붕괴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정폭력범, 사기범 등도 가정파괴범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런 범죄들도 중독자들이 범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가정에 침입하여 강도짓을 하며 성행동을 하였다는 자체가 성중독자인 것이고, 음주상태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알코올중독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만 중독을 가정파괴범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고, 중독 그 자체가 가정파괴범이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고 끈질긴 가정파괴범이다.

나는 중독이 한 가정을 완전히 붕괴시킨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예를 들어 한 가정의 가장이 도박중독에 빠지면 빚더미에 앉게 되어 가족들의 생활이 피폐해지고, 자녀는 교육의 기회를 잃을 가능성이 커지며, 가족 간에 불화가 심해져 폭력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부부 간에 이혼을 하여 자녀가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양육되기도 한다. 그런 이유 때문에 상담자들은 한 개인의 중독을 한 가정의 심각한 위기로 간주한다.

중독자의 자녀가 갖는 심리적 문제들은 중독된 가정으로부터 독립된 이후에도 계속된다. 심지어 그 부작용은 중독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계속 존재한다. 더 불행한 것은 성장한 중독자의 자녀들은 심리적 고통으로 인해 자신도 중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중독자의 성인자녀 모임이 있을 정도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중독된 사람의 가족이 겪는 문제들은 심각할 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오래 간다. 그래서 중독은 참 끈질긴 가정파괴범인 것이다.

 

전문상담사들이 내담자들을 상담하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중독의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중독이 내담자의 정신적 문제를 야기했을 수 있고, 내담자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독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독자 부모를 두어 내담자의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게 되었거나, 부모의 학대가 내담자를 중독자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중독이 내담자가 호소하는 문제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해결이 쉽지는 않지만 전문상담사는 중독 내담자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그 역할은 해야 한다. 전문상담사는 중독의 문제에 관해서 정통해 있어야 하며, 중독의 유발원인을 개인내적 혹은 환경적 요인에서 있는지를 빨리 체크해야 할 것이며, 전문상담사 혼자 접근하기보다는 정신의학적 약물 접근, 사회복지적 환경의 변화 그리고 중독 내담자의 자기주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전문상담자의 역량과 기술이 통합적으로 접근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독 내담자를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무엇인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은 [나에게 당신의 관심이 필요합니다]라는 신호로 느껴져 슬프다. 좀 더 그들을 동정의 마음 혹은 사랑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쩌면 최고의 상담 기술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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