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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와 상담, 시작부터 완전히 다른 서비스다

권수영 박사(연세대학교 교수)
2018-05-28

 

권수영 박사

연세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부회장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학회 회장

 

   병원에 가면 환자는 의사의 지시를 경청해야 한다. ‘상담’(counseling)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낸 칼 로저스(Carl Rogers)는 환자를 고객’(client)이라 부르고, 전문가가 오히려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비()지시적 서비스를 주창했다. 누가 뭐래도 이는 혁신적인 반전이다. 당시 로저스의 눈에는 치료를 요하는 정신질환자들 보다, 지속적인 심리지원이 필요한 이들이 더 많아 보였던 모양이다. 내겐 2018년의 대한민국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작년 3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심리상담> 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이례적으로 정신의학 기관이 아닌, 상담 전문단체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이미 피해자로 판정된 이들은 아산병원이 주관한 건강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정신의학적 도움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병원의 정신건강모니터링 사업에 신청한 피해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겨우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이유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한국인 누구나 정신 질환자로 취급받은 일은 가장 꺼리는 일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술원이 발주한 심리상담 사업은 피해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신청자들과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정부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이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 사업의 신청자들은 전국 전역에 무려 1,200여명에 이르렀다. 이 사업은 우리 학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작년 연말 사업을 종료하고, 즉시 2차 사업을 진행해 성공리에 마쳤다. 올해도 심리상담 사업은 지속되리라 전망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로부터 보상판정을 받은 진짜피해자들은 의사의 약물치료 혹은 심리치료보다 상담을 절실히 원해도 전문상담사의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최근 한 언론은 가축 살처분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들에 대한 설문 결과 스트레스장애(PTSD) 판정기준을 넘긴 이들이 응답자들의 76%에 달했다고 밝히고, 이들에 대한 심리치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을 그저 환자로 여겨 정신의학 전문의들의 심리치료를 받으라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신청을 할까? 국가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도 수혜자들의 거부감이 전혀 없을까?

   그간 사회적 재난을 입은 국민들에게 심리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혹자는 심리치료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었기에, 고가의 비용으로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고 진단할 수 있다. 최근 심리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발표되면서 저비용으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임상심리사와 전문상담사들도 덩달아 자신들의 서비스도 보험혜택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전문상담사들이 의료기관 내에서의 심리치료 보험혜택을 지나치게 부러워할 이유는 없다. 어쩌면 아무리 저비용이라고 할지라고 환자 취급을 받으며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으려는 이들보다 비()의료기관에서 전문상담사의 질 높은 심리지원을 원할 국민들이 훨씬 많으리라 나는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전문상담사들은 의료인들이나 임상심리사들이 제공하는 심리치료와는 질적으로 다른 내담자 중심 서비스의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상담이라는 용어는 우리나라 현행 법령에 파편적으로 존재하며, 연결되어 있는 정부부처는 7개 부처 이상 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법령 조항을 기준으로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를 통해 검색하면 최소 30개 이상의 조문이 검색된다. 이는 우리 국민의 전반적인 삶에 있어서 상담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임을 반증한다. 이처럼 다양한 법령과 부처에서 상담을 다루지만, 정작 상담영역을 주관하는 주무부처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모두가 정부로 하여금 전 국민을 잠재적 환자로 보는 치료적인 관점을 벗어나 국민들이 언제나 편리하게 상담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체계와 컨트롤 타워를 국가중심으로 구축해야함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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