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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억해줘! 코코

이윤희 박사(선문대학교 교수)
2018-04-20

이윤희 박사

선문대학교 교수

한국상담학회 자격검정 부위원장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할까요?

일반적으로 동서양 모두에서 3년 정도가 지나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인지적으로든 정서적으로든 어느 정도 받아드리고 극심한 애도의 단계가 지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것은 어리석은 질문일 수도 있겠죠. 어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물리적인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영원히 기억 속에 그리고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고 믿으니까요.

 

영화 코코는 이러한 죽은 자에 대한 기억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죽은 자들의 날은 멕시코의 전통 명절로 망자의 죽은 날을 기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1030일부터 112일까지 한꺼번에 죽은 자들을 기립니다. 같은 날 동시에 멕시코 전역의 거리, 공원과 가정에서 제단을 차리고 죽은 이를 기리는데 사람들은 축제처럼 이날을 즐기며 죽은 자들이 1년에 한 번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습니다.

영화에서 코코는 100살에 이른 죽음을 목전에 앞둔 할머니입니다. 뮤지션이 되고자 하는 손자 미구엘이 우연히 죽은 자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구엘은 죽은 자의 세계에서 죽은 자의 세계에서 조차 점차 소멸되어가는 묘한 남자 헥터를 만나 함께 모험을 하게 됩니다. 헥터는 산 자의 세계에서 기억해주는 이가 없기 때문에 죽은 자들의 날에 다른 망자들처럼 산 자의 세계에 내려와 가족과 친지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영화의 종반부에 헥터가 할머니 코코의 아버지임이 밝혀지고, 산 자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헥터를 기억하고 있는 코코가 점점 죽어가면서 죽은 자의 세계의 헥터도 소멸의 위기를 맞습니다.

 

프로이드는 애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죽은 자를 내면에서 죽임을 통해 관계를 철회하고 구분함으로써 새로운 관계와 새로운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죽은 자를 기억하고 유대관계를 지속해나감으로써 새로운 삶에 대한 적응을 촉진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인과의 관계를 끊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관점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하고 애도과정을 잘 다루어 적응해 나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고인을 기리고 기억하며 추억하는 것, 어디엔가 존재하고 있어서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기술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화 코코에서도 헥터가 그러하듯 산 자들의 세계에서 그 사람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진정한 죽음을 맞게 되고 하나의 죽음이 완료됩니다. 하지만 산 자의 세계의 내가 망자를 추억하고 기억하는 한 아직 죽지 않은 것이지요. 이러한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고리를 믿기 때문에 멕시코 사람들은 죽은 자들의 날의 명절을 열심히 기리면서 한편으로는 또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영화 코코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애도해야 할까에 대해서 내가 여전히 사랑하고 기억하고 있는 한 그 사람은 함께 이승과 저승에서 공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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