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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외상으로부터 상담자 자신을 돌보기

박승민 박사(숭실대학교 교수)
2017-10-13

 

 

박승민 박사

숭실대학교 교수

() 한국상담학회 통합학술 및 사례연구위원장

 

이전(201610)에 게재하였던 칼럼에서, 필자는 상담사가 전인적으로 자신을 잘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 내담자를 보다 잘 돕고 상담사로서 전문성도 더 잘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나누었다. 이번에는 간접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이 자기돌봄의 중요한 일환이 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상담사들은 복잡다단하고 다양한 문제를 상담실에 가지고 오는 내담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내담자들이 겪는 크고 작은 트라우마에 간접적으로 접하게 된다. 특히 청소년 동반자, 가정방문 상담사 등 소위 찾아가는 상담의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헌신하고 있는 상담사, 가정폭력 등 폭력이슈를 상담하는 상담사들은 내담자들이 마주치는 트라우마에 함께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는 우리가 직업 특성상 상처입고 고통 받는 내담자들을 전문적으로 돕는 가치로운 일을 하지만, 다양한 트라우마(최근에는 갈수록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트라우마의 내용 및 강도가 심해져 가는 것 같다)에 함께 노출되면 될 수록, 상담회기 이후에 내담자들이 경험하는 것과 유사한 트라우마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직업 특성상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간과했다가는 그 트라우마들이 상담사 자신에게도 영향이 축적되어, 전문성 발휘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상담사의 개인적 안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DSM-5(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에서는 외상사건을 실제적, 위협적인 죽음이나 심각한 상태, 또는 개인의 신체적 안녕을 위협하는 사건을 본인이 직접 경험했거나 타인에게 일어난 것을 목격한 경우, 그리고 그로 인해 극심한 공포, 무력감, 두려움 등의 감정을 경험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직접 겪은 외상사건 뿐 아니라, 외상사건을 목격하거나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우에도 그 사건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무력감과 두려움, 불안과 공포 등의 감정 역시 외상경험으로 확장시켜 정의내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상담자 또한 내담자가 겪고 있는 외상으로부터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그에 따른 간접외상(indirect trauma) 또는 대리외상(vicarious trauma)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에 Gottfried(2010)는 기존의 연구들을 망라하여 간접 외상 증상모델(indirect trauma syndrome model)’을 제시하였다. 이 모델에서는 간접외상을 대리외상과 이차적 외상스트레스가 통합된 측면으로 보았으며, 전형적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충격적인 영상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침투(intrusion), 외상충격을 연상시키는 자극에 대한 회피(avoidance), 각성(arousal)과 반응성의 변화, 외상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 측면의 부정적 변화와 매우 유사한 증상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상담사들이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간접외상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보호하고 돌볼 수 있을까? 다양한 트라우마 치료 접근을 상담사 스스로에게 적용해 보는 방안도 가능하겠으나, 필자는 그 전에 다음의 두 가지를 먼저 성찰해 보기를 권하고자 한다. 첫째는, 상담사 자신이 얼마나 정서탄력성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진행된 간접외상 연구들은 대체적으로 정서탄력성요소가 간접외상을 경험한 이들의 생존과 적응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보호요인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이는 정서적 측면의 유연성이 외상에 대한 취약성과 외상으로부터의 회복에 중요한 요소임을 의미한다. 이 연구들이 상담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니지만, 상담사도 한 인간으로서 간접외상에 노출되고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사료된다. 상담사 스스로의 정서적 유연성에 대한 성찰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삶 전반에서 개인적, 사회적 관계, 그리고 상담사로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얼마나 정서적 유연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간이 돌아보자. 둘째는 잘 털어내기에 대한 성찰이다. ‘상담사 자신은 매우 중요한 상담 성과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자 도구라 할 수 있다. 좋은 도구로서의 상담사는 내담자의 이야기와 어려움을 잘 담아두는 그릇으로서의 역할도 잘 해야 하지만 때에 따라 잘 비우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잘 털어내기 위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 어떤 답을 하는지 살펴보고, 만일 잘 털어내는 작업을 마땅히 하지 않았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시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만남, 상담사 동료들과의 계속적이고 지지적인 교류와 나눔, 개인적인 취미활동 또는 여행, 교육분석 받기 등... 잘 털어내는 작업은 스스로를 간접외상으로부터 보호함과 동시에 자기를 돌보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정서탄력성잘 털어내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 상담사들이 녹록지 않은 상담 상황 속에서도 내담자를 잘 돕는 전문가로서 그 역할을 보다 오래 감당하고, 개인의 안녕을 기하는 삶 또한 무난히 살아내는 우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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