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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은 자유

이상민 박사(고려대학교 교수)
2017-10-09

 

이상민 박사

()한국상담학회 국제교류위원장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상담전공 교수

 

몇 년 전에 필자는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와 공동 강연을 하였다. 그 토론식 강연의 주제는 착각이었고, 인간이 얼마나 많은 착각을 하는지 나아가 그러한 착각이 가져다주는 문제점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착각으로 인고의 착각을 들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힘든 시간이 지나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열심히 노력한 사람의 몇몇은 성공의 열매를 획득하겠지만 그 열매를 맛보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가만히 있는 것이 불안해서 열심히 스펙 쌓기에 힘을 기울이지 말고 오히려 그 시간에 충전의 시간을 가지고 인생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조언하였다. 당시 함께 강연을 하면서 필자 역시 이러한 인고의 착각은 스트레스를 증가하고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면 좌절감과 함께 소진되거나 종국에는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 때만 해도 착각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고 객관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어제 우연히 한 학회의 facebook에서 게재한 TED에서 하는 우울증의 비밀(depression: the secret we share)이라는 강연을 들으면서 때로는 착각이라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연자는 일반인들과 우울증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각각 1시간 가량 게임을 하게 하는 실험을 소개하였다. 1시간 후 실험이 끝나고 게임 중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를 죽였는지를 물어보았을 때 우울증 집단은 10% 오차 범위를 보이며 정확하게 그 숫자를 답변한 반면 우울증이 없는 일반인 집단은 15-20배 이상 많은 숫자를 내놓았다는 실험이었다. 다시 말해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10명을 죽인 경우, 9-11명이라고 정확하게 대답한 반면 일반인 집단은 10명을 죽였음에도 150-200명의 몬스타를 죽였다고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한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착각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객관적이지 않고 착각하고 살기에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기도 하다. 강연자는 때때로 진실이 거짓말을 한다는 역설적인 말을 하면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인간은 결국 죽는다라는 진리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면 일반인들은 설마 내가 죽겠어라는 식으로 착각을 하면서 오늘에 집중하며 살아간다고 하였다. 인지왜곡과 같이 너무 지나친 부정적 착각은 문제가 되지만 적당히 자기를 보호를 하는 긍정적 착각은 오히려 선물이 아닌가 싶다. 복권에 당첨될 가능성은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돈 1000원짜리 복권을 산 후 이번엔 꼭 당첨될 거라고 꿈을 꾸는 것과 같은 착각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오늘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은 아주 의미가 있고, 나는 상담도 잘하고, 강의도 잘하고, 연구도 잘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만약에 착각에서 벗어나서 제정신이 돌아와서 내가 하는 일들이 100년 후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었으며, 내 노력과 능력 역시 별 볼일 없다는 것을 직면한다면 어떨까? 상상하기도 싫다. 물론 자기의 능력을 너무 과도하게 평가하여 자기애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될 테지만, 나를 사랑하기에 나를 보호하는 적당한 긍정적 착각은 신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아닐까 한다. 착각은 자유이기에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부는 지금 우리만의 착각일지는 몰라도 우리가 준비하는 전문상담사법이 조만간 통과되어 상담을 통해 우리 국민의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며 미소 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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